인사동 나들이

일상을 기록해 보며.. | 2010/07/14 09:46
Posted by 말 없는 수다쟁이 우드너

지난주 주말에 마누라와 함께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섰다. 아마 잠실로 이사와서 처음 나선 나들이인것 같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잔뜩 하늘을 찌푸려 있었고, 때문에 길을 나서면서도 좀 불안불안 했다. 근데 다행스럽게도 오늘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아침 식사

비슷하지만 맥머핀은 아니다. 훨씬 맛있다~

구름낀 하늘

먹구름으로 가득한 날이었지만 비가 오진 않았다.



좀 늦잠을 자고 서둘러 짐을 바리 바리 챙겨 나왔다. 집 근처 종종 애용하는 빵집에서 내가 요즘 즐며먹는 빵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이거 마치 맥머핀 같이 생겼지만 훨씬 더 맛나다~ㅋ

그림 그리는 아저씨

핸드페인팅으로 티셔츠에 스마일 그림을 그려주고 계신다.

인사동 거리를 들어서자 처음 눈길을 끈건 티셔츠에 녹색염료로 핸드 페인팅하시는 아저씨였다. 이 아저씨 얼굴을 잠시 봤는데... 첨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새겨진 주름들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진것이다. 인생에 힘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생긴 주름이 아니라 마치 행복한 나머지 너무 웃어서 생긴 주름 같았다. 망구 내 생각이지만... 티셔츠에 그리고 계신것은 대게 예술적이고 추상적 이미지나 환호성을 자아낼만한 디테일한 이미지도 아니다. 그냥... 스마~~~일! 이 스마일을 그리고도 사람들은 그 티셔츠를 받아들고 무척 좋아라 한다. 마치 매우 유명한 연예인의 사인이라도 받아낸것 같이 말이지...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저씨가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늙고싶다."

쌈지길 입구

쌈지길 입구

예전에 이 인사동 거리를 걸어본적은 있었지만 그때 이 쌈지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 이후에 생겨난것 같다. 만약 있었다면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그냥 지나쳤을리 없다. 미디어에서도 종종 비쳐졌던 이 쌈지길을 오늘 직접 걸어봤다. 이 건물은 마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려는듯 하다.

"길을 따라 가게가 들어섰게? 가게에 길이 났게?"

보통 건물들은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고 나누어 최대한 많이 사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건물 내에서의 길(통로)이라는 개념은 각 공간에 접근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낭비"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건축법이나 소방법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근데 이 건물은 우선 나선형 길을 만들고 그 다음에 공간을 구획하고 연결했다는 느낌이 든다. 즉, 건물이 벽과 층으로 구획된 것이 아니라 길이 건물 안으로 쭈~~욱 연장되었다는 느낌이랄까... 


 계단이 없는 아주 완만한 경사의 나선형 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운데 정원과 같은 홀이 생기고 바깥으로 그 길을 따라 공방이나 매점과 같은 가게들이 함께 따라 오르게 된다. 결코 사진을 빼딱하게 찍은게 아니다. 길이 그렇게 살짝 기울어져 있는거다.

이 길을 따라 가게 하나 하나 구경하며 걷다보면 어느세 건물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일반적인 건물로 치면 한 4층을 계단으로 올라야 하는 높이다. (물론 한쪽 코너에 계단실도 있고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는건 말이 안된다!)

꼭대기 층에 거의 이르게 되면 마치 비닐하우스 안에 온듯한... 정원같은 느낌의 오솔길을 통과하게 된다. 꼭대기 층이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위에 지붕역할을 해줄 길이 없다. 그래서 비닐하우스 처럼 만든것 같은데... 꽤나 느낌이 좋다. 이곳은 커피나 가벼운 술을 파는 카페 같은데... 배가 고파온 탓에 일단 밥 먹기로 하고 그냥 패스~~~

이 길의 마지막은 여느 쇼핑센터들 처럼 음식점으로 마무리 하고 있었다. 그리 긴 길은 아니지만 어쨌튼 걸어 오느라 고생했으니 이제 먹는것으로 지갑을 한번 열어보라는게지~

내려올때는 계단실로 걸어봤다. 여기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들로 가득했다. 도심 한 복판의 휘번뜩한 쇼핑센터라면 낙서쯤으로 취급받았을 이 흔적들이 이곳에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쌈지길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한 몫 하는듯 하다.
 
쌈지길 계단실

쌈지길 계단실은 조용한 조명과 츠억의 흔적들로 채워져 있다.


솔직히 이 사진 그리 아름답거나 하진 않는다. 지저분하고... 어쩜 말 그대로 낚서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쌈지길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나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골치거리일 수도 있을테지만... 그런데 왠지 모르게 쌈지길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차마 이런 흔적을 남기는데 딱히 동참하고 싶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저 남들이 그들의 추억 중 한 순간을 여기 이렇게 남겨두고, 그것을 나같은 사람이 구경하는 것도... 어찌보면 일상의 피해 여유를 찾아 온 이들에게는 하나의 재밋꺼리가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어울리니 "낙서금지" 표어가 없는게 아닐까?

쌈지길 후문

쌈지길 후문


우리가 쌈지길로 들어선 입구다. 나와서 보니 여기가 후문쯤 되는 입구였나 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이 후문 맞은편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인사동 그집"이란 이름의 한식점이다. 움... 뭐... 내가 미식가도 아니고 해서 맛은 둘째치고... 음식이 띄엄 띄엄 나오는 탓에 내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인사동 그집

"인사동 그집"이라는 이름의 한식집


고작 요고 먹고 배불러 죽는줄 알았다. 기다리며 물 한통을 마셔버렸는데... 아~ 왠지 자신감 넘쳤던 게임에서 어이없이 상대편 페이스에 말려 심지어 자살골을 넣어버린듯한 기분이랄까... ㅠㅠ; 담엔 여기 말고 다른데서 "때를 기다렸다 순식간에 다 먹어주겠노라" 작전으로 명예회복을 노려야겠다.

인사동 거리에서 바라본 쌈지길

인사동 거리에서 바라본 쌈지길

배가 부르니 주변이 또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쌈지길을 바깥에서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다. 위에 창들로 이여진 저 공간이 앞서 봤던 비닐하우스 같은 공간에 난 오솔길 같은 곳이다. 얼핏보면 느끼기 힘들지만 잘~~~ 보면 길들이 나선형으로 기울어져 있다.

여기 저기 방황을 하다보면 재미난 가게들이 종종 보인다. 관광객을 상대로 재미난 입담으로 호객을 하며 장사를 하는 가게도 있고, 외국인이 그 나라의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하는데... 이 아이스 크림이 그중 하나다. 터키 정통 아이스크림 "돈드르마"라는 아이스크림이란다. 쫀~득 쫀득한 식감이 특징인 이 아이스크림은 그 맛보다 이 아이스크림을 파는 장사꾼의 장난이 더 큰 볼거리다.

터키 정통 아이스크림

손님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낼때 늘 장난을 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터키 정통 아이스크림

이 어머니도 아이도 이런 서비스가 싫지만은 않으신가 보다.



 길~다란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다 콘에 얹는다. 아니...붙인다. 그리고 그 숟가락으로 손님한테 아이스크림 콘을 전달한다. 손님이 받아 들려고 할때 숟가락을 휙! 뒤집어 잡지 못하게 한다. 이 치열한(?) 싸움은 보는이로 하여금 한번씩 씩~ 웃게 만든다. 이 싸움은 어린 아이에겐 더욱 잔혹하게(?) 치뤄진다. 이를 보고 있는 어머니도 화를 내기보단 주변 구경꾼들과 함께 즐기고 있다.

아이스크림가게 아저씨

아이스크림가게 아저씨.


우리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저 싸움을 보고 있노라니 자신이 없어진다. 둘러보니 이 아이스크림을 파는 분점(?)이 꽤 많이 있었다. 그중에 그나마 싸움을 즐기지 않는듯한 한국인이 파는 가게에 들러 이 아이스크림을 겨우 하나 사 들고 맛을 봤다.

터키 정통 아이스크림 돈드르마

터키 정통 아이스크림 돈드르마


뭐... 쫄깃 쫄깃한 아이스크림이 독특하기는 하지만... 그리도 그 싸움을 구경하는 재미보단 들하다. ^^;

쌈지길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들로 가득하다. 전통 문양이나 한복을 입고 있는 캐릭터들로 세겨진 다양한 소품들이 인사동 길을 따라 자신을 데려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막걸리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술인 소주... 그 소주를 마시는 술잔인 소주잔도 한복을 입은 꼬마 캐릭터들이 새겨져 있다. 5개 한 셋트... "메이드 인 차이나"... 움... 화투도 한국을 대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얘네들이 새겨진 양말과 머그컵 등... "메이드 인 차이나"...ㅠ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처음 내 의지로 산 책갈피

처음 내 의지로 산 책갈피. 역시 커플로...ㅡ.ㅡ;

나도 더불어 기념이 될만한걸 사볼까 두리번 거리다 책갈피 하나를 사기로 했다. 요즘 출퇴근을 하면서 책을 보다보니 이게 갖고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누라 꼬셔서 둘이 각각 하나씩 책갈피를 장만했다. 내가 돈주고 이런 책갈피를 사보는것도 난생 첨이다. (비록 내 돈은 아니었지만...)

책갈피를 산것도 내겐 재미나고 나 답지 않는 현상이긴 하지만 또 하나 재미난것은 "한국적인"것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거엔 이런 캐릭터의 책갈피는 전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과거 인사동을 들렸던 이유도 오로지 인사동이 도대체 어떤 분위긴가 궁금한 호기심에 들렸을 뿐, 오늘 처럼 그 분위기를 알고... 그리고 가보고 싶다는 이끌림에 찾아보기는 처음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의미의 수호자" 라는 성숙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건가? 설마~ㅋㅋㅋ

솔직히 아직은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내 흥미를 끄는 뭔가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쌈지길이나 돈드르마 아이스크림 그리고 어색한 한글로 표기된 간판... 이정도다. 이것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일리는 없겠지. 인사동은 한국에 관광왔을때 꼭 한번 들려봐야하는 필수 코스 중 하나라는데... 과연 여기가 한국적인 거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기껏해야 작은 자개나 전통 소품을 파는 노점상 몇곳과 관광객에게 물건을 팔기위해 한국적인 메타포(이마저도 과연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가진것이가 하는 생각이 든다.)가 박힌 중국산 기념품을 파는게 고작인것 같다. 골목 골목을 둘러보지 못해서 못본것이거나, 내가 아직 한국을 이야기 하는 전통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인사동 골목에서 본 것들은 명동이나 강남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사동의 스타벅스간판

인사동의 스타벅스간판

인사동의 레드망고 간판

인사동의 레드망고 간판


하긴... 어딜 가서 스타벅스나 레드망고와 같은 한글 간판을 보겠냐 만은...(저게 한국적인건가?) 이럴바에얀 우리나라 브랜드 커피 전문점을 영어 간판으로 입점시키는게 더 낫지 않나? 아니면 차라리 삼성과 LG 전시판매장을 가져다 놓는게...

삽살개

한 아저씨가 삽살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셨나 보다. 삽살개가 행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오히려 처음 만났던 티셔츠에 핸드 프린팅 하시는 아저씨나, 삽살개[각주:1]를 데리고 산책나온 이런 아저씨들이 한국적인 정서를 함께 교감하기에 더 없이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카메라 배터리가 드디어 바닥났다. 충전을 한다고 한건데... 내가 아무래도 뭔가 실수를 한듯 하다. 딱히 눈에 들어오는것도 없고, 배터리도 거의 방전되고 해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 길 건너편에 카페골목이 있다길래 잠시 어떤 분위긴가 볼겸 잠시 걷기로 했다. 근데 왠걸... 걷다 보니 곧곧에 한옥도 보이고... 고즈넉한게 여기가 오히려 한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게 아닌가? 여길 올껄...ㅠㅠ; 여기는 한글로된 "스타벅스"도 한복입은 캐릭터가 박힌 기념품도 없지만 훨씬 더 한국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여기가 그 유명한 "북촌 한옥마을"이란다. 흑... 다음엔 카메라 충전 제대로 해서 여길 한번 걸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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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을 쓰다가 삽살개가 우리나라 토종개라는 사실을 알았다. 삽살개라는 이름은 "귀신이나 액운을 쫒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국 삽살개보존협회 - http://www.sapsaree.org/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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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다가... 2010/11/03 1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삽살개가 토종개인 것은 맞지만 저 개는 토종으로 복원했다지만 개량종에 가깝고
    민화 등에 등장하는 토종개 삽살이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저 개는 잉글리쉬독과 유사하죠.
    노태우 시절 경북대 교수가 복원한 것으로 아는 데 요즘은 인기도 시들하고 언론에서 다뤄주지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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