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만들기

분류없음 | 2010/07/26 18:52
Posted by 말 없는 수다쟁이 우드너
6월 한달 매우 편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 시간에 난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살것인가?" 내지 "무엇을 위해 살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지내왔다. 예상은 했지만 뭐... 똑! 부러지는 그럴듯한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낸것이 바로 "규칙 만들기"다. 내가 내게 규칙을 정해주고 그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보자는 것이다.

이런 규칙을 만들기로 한 이유는 내게 좋은 습관을 주기 위함이다. 습관은 내가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게끔 되는 무의식의 작용이라고 한다면 그 습관으로 만들어지기 전 단계가 바로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생활하는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커피를 타 마시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지만, 출근 후 간단한 청소하는걸 즐기지는 않다 보니 이런건 습관화하기란 쉽지 않다. 분명 "자율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필요한것 또한 내게 습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규칙 만들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자율적인 사람이 자유를 누릴 때 비로서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자율적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자신이 정한 법률 즉, 규칙에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법률은 보편적이고 목적 그 자체라야 한다. (움... 이 표현은 최근에 읽은 책 한권의 영향을 받은게 틀림없다.) 이러한 전제로 나를 바라보니 참... 너무 지 멋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에 심지어 방만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름 내가 정해놓고 있는 규칙들이란게 따지고 들어보면 오로지 내 본능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근거를 만들어 주기 위한 규칙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자." 라는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좋은 규칙 같다. 하지만 이 규칙은 따지고 들어보면 결국 "배고프니깐 밥먹자"로 귀결된다. 배고픈건 내 의지의 표현이 아닌 단순한 생리적 끌림 현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규칙은 내가 생각하는 자율적인 사람으로의 규칙 예에 필요조건일수는 있겠지만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즉, 정언명법으로 내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규칙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하지만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이제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것을 맘껏 하며 살아간다고 해서 그게 자유로운 삶이 아니라는것 정도 깨닳아가고 있을 뿐이다. 앞서 얘기했던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자유롭게 살고싶다."라는 이야기를 이제서야 소심하게 말할 수 있게 된듯 하다. (방향타를 제대로 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다.) 

7월도 이제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다. 이달을 시작하며 몇가지 규칙을 정하고 이를 꾸준히 잘 지켜나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는데... 지금까지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된다. 마누라와 함께 출근하기,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다니기, 한달에 책 한권 읽기 등... 이 규칙들은 꽤 잘 지켜낸듯 하다.

  1. 마누라와 함께 출근하기
    마누라랑 함께 출근하기가 첨엔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시 적응되어 7시면 집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사무실에서 8시면 도착하고 약 한시간 가량 커피 한잔과 함께 지난 밤에 들어온 뉴스를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 이 규칙을 정한건 아니다. 이 규칙을 정한 가장 큰 이유는... 내 마누라 하루의 시작을 나도 함께 해주고 싶어서이다. 그렇게 규칙을 만들고 실천해 보니 내게 "아침 시간"이 생겼고, 이 시간을 즐기는 여유가 덤으로 따라온것이다. 어떤 논문에서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은 습관이 아닌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어진다는 글을 읽은듯 하다. 이 논문에서는 심지어 올빼미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을 쫓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침형 인간이 올빼미형 인간을 따라해보라 하면 그들도 아마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테지~ 여튼 난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조금 달라져 있다는 거다. 최근에는 그 좋아라 하는 11시 연예오락 프로도 다 보지 못하고 졸려 잠들기 일쑤다. 기질은 올빼미형이긴 하지만 이 규칙 덕분에 아침의 여유라는 행복을 알게 된것이다. 다만 이 모든것이 마누라에 의존하고 있다는게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다. 마누라 없이는 그 시간에 절~대 못 일어난다는거...
  2.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걸어다니기
    산책로에서 바라본 지하철역

    산책로를 걷다보면 지하철역이 보인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도보로 약 15분에서 20분 가량 걸린다. 버스로는 딱 2정거장이다. 딱히 운동하는게 없는 나에게 유일한 운동이라면 걷는게 다다. 그래서 그 걷기라도 좀 해볼려고 집과 지하철역은 걸어다니자고 규칙을 정했다. 지금가지 꽤 잘 지켜왔지만 비가 올때는 아쉽게도 버스를 타게 되었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날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안나 버스를 타긴 했지만 이 선택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걸 바로 알았다. 출근시간 전이긴 하지만 비오는날 사람들로 꽉 들어찬 버스에 탄다는건...어후~ㅠㅠ;  그 이후로는 비바람이 몰아쳐 우산을 제대로 쓰기 쉽지 않는 이상 무조건 걸어다닌다.
    처음엔 가는길에 공원도 있어 숲속 산길을 걷는듯한 기분에 그 시간을 즐기며 다녔다. 푸르른 잔디를 보며 조깅하는 사람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가고 지저기는 새들과 인사를 나누며 풀 사이로 나풀거리는 잠자리와 잔디 위를 사뿐사뿐 뛰어다니는 까치를 만나는 재미까지... 하지만 이사와서 이 길을 걸은지 2달이 되는 지금은... 1분 1초 더 살아보겠다며 똥배에 복대두른 사람들이 땀냄새 풀풀 풍기며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새들과 눈 앞에서 얼쩡대는 잠자리 그리고 하수구 구멍찾아 다니는 시커먼 쥐새끼들만 자꾸 보이고 있다. (헉! 잠깐 그분이...O.O;;;)
    뭐...처음과 같은 감동은 없지만 그래도 상쾌한 숲 향기를 도심속 출근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건 분명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앞으로도 걷기는 쭈~욱 계속 된다!!!
  3. 한달에 책 한권 읽기
    이 규칙은 6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7월 셋째주까지 2권을 읽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성적인듯 하지만... 문제는 질이다. 출퇴근 지하철역에서 30분씩 매일 한시간 가량을 보내는데, 이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또 책읽는 습관을 만들어 보고자 시작했지만, 뭐가 문젠지 머리에 통 들어오질 않는다. 내용이 좀 무거운 감이 없잖아 있긴 해도 이토록 내 머리가 책 읽기에 취약한지는...ㅠㅠ; 처음 집어든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처음 책 제목을 보자 마자 "아~따 지루하겠구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 샌델 아저씨가 정의(justice)란 이런 이런 것이다! 라고 정의(definition)를 내려주시고 계시겠구만... 이란 생각이 든것이다. 뭐... 마지막엔 마이클 샌텔 아저씨의 정의에 대한 입장을 간략하게 표현했고, 또 글 문맥상 마이클 샌델 아저씨의 정의(justice)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간간히 엿볼 수 있긴 했지만... 정의에 대한 정의를 저자가 일방적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논리를 말빨로 풀어가는것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시각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던 실제 사례를 통해 정의를 독자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매우 유익했던 책이었다. 다만... 아직 무지한 내 지식으로는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3번째 책으로 이 책을 다시 정독하기 시작했다. ^^;

이 외에도 개발 서적 과제 완성하기도 무난히 이루어 냈고, 가계부 쓰기랑 영수증 모으기도 잘 지켜냈다. 개발 과제는 역시 부족한 배경지식에 대한 문제를 다시한번 더 재확인 하는 계기가 되었고, 영수증은 현금 사용시 현금 영수증 챙기는 습관이 아직 잘 지켜지지 않았다. 아침밥 꼭! 챙겨 먹기도 7월의 야침찬 계획이었는데... 오래가지 못했다. 역시 나의 심리적, 생리적 거부반응에 결국 무릎꿇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 하루 과제 수행(규칙 지키기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공부에 관한 진도와 관련해서...)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가자 바~로 신체가 거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것이다. 이 또한 앞으로 극복해가야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이번주 내로 8월에 지켜나갈 새로운 규칙들을 리스팅할 계획이다. 이 규칙들로 인해 내게 큰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하되 꾸준히 규칙을 늘려갈 계획인다. 규칙 목록에서 제외된다면 아마 그 규칙은 내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겠지...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ps. 집에 지하철역까지 걷기는 이미 내게 습관이 된듯 하다. 피곤해서 버스를 타고 싶어도 나도 모르게 이미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거든~ 하지만 이건 오래전 부터 출퇴근시 애매한 거리는 무조건 걸어다니자는 암묵적 규칙 같은것이 있어왔기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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