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취소자교육을 통해 확인한 "히든 브레인"
생각을 정리해 보며.. |
2010/09/05 10:00
나의 올해 목표중에 하나가 운전면허를 재취득하는 것이다.(과거 면허갱신일을 넘겨 면허가 취소되었다.) 지난 9월 3일 이 목표를 위한 첫 단추로 6시간 짜리 면허취소자교육을 받고 왔다. 이날 면허취소자교육을 듣기 직전까지만 해도 형식적인 내용이 될께 뻔한 이 교육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이 시작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진행되고 있는걸 느꼈다. 나도 모르게 강사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의례 "안전운전 합시다!"라는 구호에 걸맞게 "음주운전은 한 사람과 그 가족들 모두를 불행의 도가니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라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리라 예상했다. 대학시절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면서 받은 교육도 그러했다. 오로지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는 기술"을 가르쳐 줄 뿐이 었다. (내가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된건 결고 아니다. 난 면허 딴 뒤로 운전대 한번 잡아본적 없다.ㅠㅠ; )
"뒷 차선이 어깨쯤에 오면, 여기서 핸들 두바퀴 반 돌리시고..."
그런데 모든 면허취소자교육이 이렇게 진행되는진 알 수 없지만, 이 강사의 강의만큼은 매우 흥미로웠다. 내 예상엔 최소한 수강생의 3분의1 정도는 장렬히 전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늘 교육 내내 2~3명만이... 그것도 쉬는시간에 잠시 엎드려 자다 수업시작을 알지 못해 지적받았을 뿐이었다. 여기서 내게 흥미롭게 다가온 점은 비단 안전운전과 면허재취득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었을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첫째,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러한 안전지식에 대해 보다 가슴으로 느끼게 만든 강사의 교육 과정과 방법이 무척 흥미로왔고, 둘째, 누구나 이러한 안전운전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음에도 그토록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사회적 집단 속에서 발현되는 무의식의 편향을 통해 접근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왔다.
교육 과정 및 방법
교육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바탕 실제 교통사고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이 동영상들은 국내외 실제 교통사고 현장을 담은 CCTV나 차량용 블랙박스에 기록된 동영상으로, 상당히 참혹한 장면이 포함되어있기도 했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봤을법한 영상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여주고 "이렇게 되기 싫으면 안전운전 하세요~"로 끝냈다면 정말 형식적인 교육이 되고 말았을 테다.
강사는 교통사고 영상 재생중에 사고 발생 전 특정 상황에서 일시정지시켰다. 그리고 수강생에게 질물을 했다. "자! 방금 보신 상황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나 잘못된 점은 없었나요?" 혹은 "여기서 이 운전자는 어떤 실수를 했나요?" 그럼 수강생들은 이런 저런 자신의 의견들을 이야기 한다. 강사는 수강생들의 의견에 대해 옳은 지적이었다며, 다시 영상은 플레이 되었다. 사고가 나리라 예상했던 차나 보행자는 계속해서 자기가 가던길을 간다. 그러다 다시 영상은 일시중지된다. 또 다시 질문을 하시고, 수강생은 다시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 과정을 수번 반복하고 나면 드디어 참혹한 사고가 발생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우리는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더) 주로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 사고 운전자를 두고 잘잘못을 따지는데는 무척 익숙하다. 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 잘못을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다. 앞서 강사의 질문에 수강생들은 저마다 운전자나 보행자의 잘잘못을 이야기 했고, 그리고 그러한 지적들은 대부분 다 옳았다. 보행자가 제때 건널목을 건너지 못했다거나,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했다거나... 그로 인해 결국 사고는 발생하게 되고, 소중한 목숨을 잃는 장면들을 확인 했다. 하지만 이 사고의 본질을 찾는데는 매번 실패했다.
교육중에 이러한 실제 교통사고 동영상을 사례별로 여러개 보았다. 그리고 매번 사고발생 과정을 끊어(일시중지시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른 문제점들을 수강생들과 함께 이야기 했다. 참혹한 사고 현장을 영상을 통해 보면서 끔찍함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가장 중요한 실수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영상을 보면서 다들 사고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의 입장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많은 사람들은 과속이나 무단차선변경 또는 차간거리미확보등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화면상에 뻔히 보이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하지 않았다는 답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이 두가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벌점이 주어지느냐 아니냐이 차이다. 운전자의 입장이 되다 보니 다들 벌점을 받을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에서 (과속이 아닌) 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벌점을 받지는 않는다. 물론 책임소재를 놓고 법적으로 과실 여부를 따지거나 보험처리를 위해 따질때는 법규위반에 따른 책임이 누가 더 큰가를 봐야 할테다. 하지만 그 이전에 왜 그런 사소한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게 되었나를 되짚어 보면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데서부터 이미 사고는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교육 방법은 이처럼 수강생 스스로가 운전자의 입장에 깊게 빠져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횡단보도가 지나갔고, 사람이 지나갔으나 우리는 그 횡단보도와 사람을 미쳐 발견하지 못했다. 영상을 되돌려 다시 보자 앞서 놓쳤던 횡단보도와 사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자 다들 그런 자신들이 보며 놀라워 하는 분위기였다. 즉, 의식하고 보면 보이지만, 평소와 같이 일상적인 운전을 할때면 앞서와 같이 보고도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수강생 스스로 무의식의 편향을 발견하도록 한것이다.
무의식의 편향을 이야기하다.
특히 이번 강의에서 교통사고 원인의 저부로 운전자의 잘못된 습관, 즉 경험적 지식으로 편향된 무의식과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최근 내가 읽고 있는 "히든 브레인"이라는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와 일맥 상통한다. 책에는 인간의 무의식적 행동이나 습관 그리고 판단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가를 실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이러한 편향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강의에서도 강사는 경험적 지식을 통해 편향된 운전자의 습관을 지적하며, 이러한 습관이 결국엔 얼마나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가를 실제 사고 동영상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규칙이지만, 이를 왜 어기게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단순히 사람들(운전자 뿐만 아니라 보행자 포함하여)의 안전불감증이나 운전자의 성격 탓으로만 돌리고 있지는 않다. 즉, 사고가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운전자가 그 순간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된다기 보다, 오랫동안 "숨겨진 뇌"에 편향된 지식을 쌓아놓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방치했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안전수칙을 어기는 사람들 끼리 일어나는 확률이 전체 교통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한다고 한다. 급한 맘에 불법 유턴을 하고자 할때 체크해야 할 사항이 두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반대 차선으로 달려오는 차량이 있는가 하는것과 두번째, 주변에 교통순경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반대 차선으로 달려오는 차량이 없고, 주변엔 교통순경도 없다. 분명히 이를 확인한 뒤 쉬원하게 불법 유턴을 감행했다. 헌데 이 운전자는 큰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유턴을 하던 중 반대 차선에 달려오는 차량이 없다는걸 확인하고 불법 좌회전을 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던 차가 그대로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우리가 판단하는 주관적 안전1은 우리 주변 상황에 내제된 모든 위험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안에 내제된 무의식에서 나오는 습관은 더더욱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주관적 안전2에 의존하기 보단 객관적 안전을 우선해야 하며, 잘못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편향된 지식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즉, 반복적 훈련을 통해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강사는 딱 1년만 의식적인 객관적 안전을 기반으로 운전해 주길 주문하고 있다. 그정도면 무의식의 편향은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 강의에서 강사가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현재 운전면서시험과정에서의 문제점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듯 보였다. 현재 운전면허시험의 경우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 관점이 아닌 단순히 "지식"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과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하게 되는 문제집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 교통안전은 머리에만 잠시 머물 뿐, 몸이 운전 습관을 배우는 동안에는 그 어느 무엇 하나도 올바른 습관을 만들기 위한 통제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히든 브레인에서 이러한 무의식을 통제하기 위해 의식이 바로 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오늘 교육 내용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3가지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횡단보도는 사람이다!
교육 중 가장 강조한 부분이 이것이다. 횡단 보도 자체가 사람이라 여기고 서행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라 충고하고 있다. 다만 일시 정지는 추돌사고의 위험이 따르기에 위험하다고 한다. 사고 발생 차량 운전자의 운전 경력을 조사해 보니 경력이 많아질 수록 사고율도 증가하고, 사고 규모도 커졌다고 한다. 즉, 운전경험이 많아질 수록 "주관적 안전"에 보다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고, 따라서 "객관적 안전"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이정도면 괜찮아 라는 "주관적 안전"에 의존하지 말고, "객관적 안전"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동영상 자료 중에 베트랑 택시 기사가 횡다보도를 건너는 행인을 뒤늦게 발견하고, 결국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영상이 있었다. 빠른 속도로 운전할땐 시야각이 좁아진다고 한다. 이 때문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횡단보도만 보이면 무조건 서행하는 습관이 채득했더라면 인명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선령 사고가 난다 해도 그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특수한 경우의 사건을 일반화 하는것으로 보일런지 몰라도, 나에게 교통사고 발생하는 순간은 이미 특수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력 많은 택시기사도 범하는 실수를 나라고 무슨 수로 피할 수 있겠는가? 결국은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습관을 채득하는것만이 사고를 예방하고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 정보교환의 중요성
우리가 전조등이라 하는 것을 영어로는 패싱 라이트(Passing Light)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이 전조등은 야간에 먼 거리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진게 아니라, 차선 변경하여 앞으로 끼어들려는 차량이나 지나가려는 사람 또는 차량에게 "내 앞으로 들어와도 좋습니다." 또는 "지나가도 좋습니다." 라는 "양보"의 표시를 시각적으로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것이란다. 크락션은 음악 크게 틀어 놓고 있거나 청각 장애인의 경우 소리를 못들을 수 있어 이러한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크락션과 함께 패싱 라이틀를 점멸 할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깜박이 점멸이나, 전방 위험 발생시 비상등 점멸 등 운전자간의 정보교환은 대형사고를 막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전방에 과속차량을 단속하기 위한 교통순경이 포진해 있으면, 반대편 차선에서 이를 알려주기 위한 용도로 전조등을 점멸하거나 앞차가 비상등을 점멸하는등으로 사용되곤 했다.)
3. 3의 법칙
예전(스크린도어가 설치되기 전) 지하철역에서 한 (취중으로 보이는)할아버지가 선로로 진입하는 지하철과 역 사이 틈에 빠지는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한 사람이 이 할아버지를 빼 내려 했지만 끼어서 빠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 지하철을 살짝 밀어보자고 제안하며 홀로 지하철을 밀었다. 한량 정도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 밀면 이 할아버지를 빼낼 만큼은 충분히 기울지 않을까 해서였을테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러자 또 다른 한 사람이 같이 한번 밀어보자며 거든다. 그때까지도 역에서 이 사고를 목격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저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이 거들며 나섰다. 그러자 그제서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한 순간의 사고는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으나 그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세사람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3의 법칙은 도로교통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지선 지켜 선 차가 한 두대면 운전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정지선을 무시하게 되나, 3대 이상이 될때면 무의식 중에 자신도 정지선을 지켜 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교차로에서 꼬리물기시에도 잘 드러난다고 한다.
즉, 나 하나 바뀐다고 우리나라 교통문화 전체가 바뀌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교통문화가 바뀌기 위해서는 이러한 안전의식을 가진 사람이 나를 비롯해서 단 3명만 있다면 분명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있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도 점점 발전해 나가고 있는게 아닐까?3
오늘 교육을 통해 안전의식에 대해 또 다른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사실 교육 내용을 짧은 글로 정리해보면 뻔한 지식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강의에서 강사는 이러한 뻔한 지식을 호소력 있게 우리에게 전달했다고 본다. 다만, 이날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 중에 이러한 호소력이 얼마만큼 의식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무의식을 통제하며 안전운전을 실천하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건 형식적인 교육으로 6시간을 때우고 나온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의식적인 통제를 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무의식의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올바른 의식을 통해 무의식을 통제하는 것이란걸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나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것 또한 이러한 무의식적 편향을 통제 하기 위한 훈련의 연장선으로 해석되어 질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좀 잘 안지켜지고 있다.ㅠㅠ;)
의례 "안전운전 합시다!"라는 구호에 걸맞게 "음주운전은 한 사람과 그 가족들 모두를 불행의 도가니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라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리라 예상했다. 대학시절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면서 받은 교육도 그러했다. 오로지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는 기술"을 가르쳐 줄 뿐이 었다. (내가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된건 결고 아니다. 난 면허 딴 뒤로 운전대 한번 잡아본적 없다.ㅠㅠ; )
"뒷 차선이 어깨쯤에 오면, 여기서 핸들 두바퀴 반 돌리시고..."
그런데 모든 면허취소자교육이 이렇게 진행되는진 알 수 없지만, 이 강사의 강의만큼은 매우 흥미로웠다. 내 예상엔 최소한 수강생의 3분의1 정도는 장렬히 전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늘 교육 내내 2~3명만이... 그것도 쉬는시간에 잠시 엎드려 자다 수업시작을 알지 못해 지적받았을 뿐이었다. 여기서 내게 흥미롭게 다가온 점은 비단 안전운전과 면허재취득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었을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첫째,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러한 안전지식에 대해 보다 가슴으로 느끼게 만든 강사의 교육 과정과 방법이 무척 흥미로왔고, 둘째, 누구나 이러한 안전운전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음에도 그토록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사회적 집단 속에서 발현되는 무의식의 편향을 통해 접근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왔다.
교육 과정 및 방법
교육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바탕 실제 교통사고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이 동영상들은 국내외 실제 교통사고 현장을 담은 CCTV나 차량용 블랙박스에 기록된 동영상으로, 상당히 참혹한 장면이 포함되어있기도 했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봤을법한 영상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여주고 "이렇게 되기 싫으면 안전운전 하세요~"로 끝냈다면 정말 형식적인 교육이 되고 말았을 테다.
강사는 교통사고 영상 재생중에 사고 발생 전 특정 상황에서 일시정지시켰다. 그리고 수강생에게 질물을 했다. "자! 방금 보신 상황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나 잘못된 점은 없었나요?" 혹은 "여기서 이 운전자는 어떤 실수를 했나요?" 그럼 수강생들은 이런 저런 자신의 의견들을 이야기 한다. 강사는 수강생들의 의견에 대해 옳은 지적이었다며, 다시 영상은 플레이 되었다. 사고가 나리라 예상했던 차나 보행자는 계속해서 자기가 가던길을 간다. 그러다 다시 영상은 일시중지된다. 또 다시 질문을 하시고, 수강생은 다시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 과정을 수번 반복하고 나면 드디어 참혹한 사고가 발생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우리는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더) 주로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 사고 운전자를 두고 잘잘못을 따지는데는 무척 익숙하다. 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 잘못을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다. 앞서 강사의 질문에 수강생들은 저마다 운전자나 보행자의 잘잘못을 이야기 했고, 그리고 그러한 지적들은 대부분 다 옳았다. 보행자가 제때 건널목을 건너지 못했다거나,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했다거나... 그로 인해 결국 사고는 발생하게 되고, 소중한 목숨을 잃는 장면들을 확인 했다. 하지만 이 사고의 본질을 찾는데는 매번 실패했다.
교육중에 이러한 실제 교통사고 동영상을 사례별로 여러개 보았다. 그리고 매번 사고발생 과정을 끊어(일시중지시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른 문제점들을 수강생들과 함께 이야기 했다. 참혹한 사고 현장을 영상을 통해 보면서 끔찍함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가장 중요한 실수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영상을 보면서 다들 사고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의 입장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많은 사람들은 과속이나 무단차선변경 또는 차간거리미확보등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화면상에 뻔히 보이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하지 않았다는 답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이 두가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벌점이 주어지느냐 아니냐이 차이다. 운전자의 입장이 되다 보니 다들 벌점을 받을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에서 (과속이 아닌) 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벌점을 받지는 않는다. 물론 책임소재를 놓고 법적으로 과실 여부를 따지거나 보험처리를 위해 따질때는 법규위반에 따른 책임이 누가 더 큰가를 봐야 할테다. 하지만 그 이전에 왜 그런 사소한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게 되었나를 되짚어 보면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데서부터 이미 사고는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교육 방법은 이처럼 수강생 스스로가 운전자의 입장에 깊게 빠져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횡단보도가 지나갔고, 사람이 지나갔으나 우리는 그 횡단보도와 사람을 미쳐 발견하지 못했다. 영상을 되돌려 다시 보자 앞서 놓쳤던 횡단보도와 사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자 다들 그런 자신들이 보며 놀라워 하는 분위기였다. 즉, 의식하고 보면 보이지만, 평소와 같이 일상적인 운전을 할때면 앞서와 같이 보고도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수강생 스스로 무의식의 편향을 발견하도록 한것이다.
무의식의 편향을 이야기하다.
특히 이번 강의에서 교통사고 원인의 저부로 운전자의 잘못된 습관, 즉 경험적 지식으로 편향된 무의식과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최근 내가 읽고 있는 "히든 브레인"이라는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와 일맥 상통한다. 책에는 인간의 무의식적 행동이나 습관 그리고 판단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가를 실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이러한 편향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강의에서도 강사는 경험적 지식을 통해 편향된 운전자의 습관을 지적하며, 이러한 습관이 결국엔 얼마나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가를 실제 사고 동영상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규칙이지만, 이를 왜 어기게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단순히 사람들(운전자 뿐만 아니라 보행자 포함하여)의 안전불감증이나 운전자의 성격 탓으로만 돌리고 있지는 않다. 즉, 사고가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운전자가 그 순간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된다기 보다, 오랫동안 "숨겨진 뇌"에 편향된 지식을 쌓아놓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방치했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안전수칙을 어기는 사람들 끼리 일어나는 확률이 전체 교통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한다고 한다. 급한 맘에 불법 유턴을 하고자 할때 체크해야 할 사항이 두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반대 차선으로 달려오는 차량이 있는가 하는것과 두번째, 주변에 교통순경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반대 차선으로 달려오는 차량이 없고, 주변엔 교통순경도 없다. 분명히 이를 확인한 뒤 쉬원하게 불법 유턴을 감행했다. 헌데 이 운전자는 큰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유턴을 하던 중 반대 차선에 달려오는 차량이 없다는걸 확인하고 불법 좌회전을 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던 차가 그대로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우리가 판단하는 주관적 안전1은 우리 주변 상황에 내제된 모든 위험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안에 내제된 무의식에서 나오는 습관은 더더욱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주관적 안전2에 의존하기 보단 객관적 안전을 우선해야 하며, 잘못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편향된 지식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즉, 반복적 훈련을 통해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강사는 딱 1년만 의식적인 객관적 안전을 기반으로 운전해 주길 주문하고 있다. 그정도면 무의식의 편향은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 강의에서 강사가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현재 운전면서시험과정에서의 문제점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듯 보였다. 현재 운전면허시험의 경우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 관점이 아닌 단순히 "지식"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과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하게 되는 문제집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 교통안전은 머리에만 잠시 머물 뿐, 몸이 운전 습관을 배우는 동안에는 그 어느 무엇 하나도 올바른 습관을 만들기 위한 통제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히든 브레인에서 이러한 무의식을 통제하기 위해 의식이 바로 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오늘 교육 내용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3가지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횡단보도는 사람이다!
교육 중 가장 강조한 부분이 이것이다. 횡단 보도 자체가 사람이라 여기고 서행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라 충고하고 있다. 다만 일시 정지는 추돌사고의 위험이 따르기에 위험하다고 한다. 사고 발생 차량 운전자의 운전 경력을 조사해 보니 경력이 많아질 수록 사고율도 증가하고, 사고 규모도 커졌다고 한다. 즉, 운전경험이 많아질 수록 "주관적 안전"에 보다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고, 따라서 "객관적 안전"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이정도면 괜찮아 라는 "주관적 안전"에 의존하지 말고, "객관적 안전"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동영상 자료 중에 베트랑 택시 기사가 횡다보도를 건너는 행인을 뒤늦게 발견하고, 결국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영상이 있었다. 빠른 속도로 운전할땐 시야각이 좁아진다고 한다. 이 때문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횡단보도만 보이면 무조건 서행하는 습관이 채득했더라면 인명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선령 사고가 난다 해도 그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특수한 경우의 사건을 일반화 하는것으로 보일런지 몰라도, 나에게 교통사고 발생하는 순간은 이미 특수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력 많은 택시기사도 범하는 실수를 나라고 무슨 수로 피할 수 있겠는가? 결국은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습관을 채득하는것만이 사고를 예방하고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 정보교환의 중요성
우리가 전조등이라 하는 것을 영어로는 패싱 라이트(Passing Light)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이 전조등은 야간에 먼 거리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진게 아니라, 차선 변경하여 앞으로 끼어들려는 차량이나 지나가려는 사람 또는 차량에게 "내 앞으로 들어와도 좋습니다." 또는 "지나가도 좋습니다." 라는 "양보"의 표시를 시각적으로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것이란다. 크락션은 음악 크게 틀어 놓고 있거나 청각 장애인의 경우 소리를 못들을 수 있어 이러한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크락션과 함께 패싱 라이틀를 점멸 할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깜박이 점멸이나, 전방 위험 발생시 비상등 점멸 등 운전자간의 정보교환은 대형사고를 막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전방에 과속차량을 단속하기 위한 교통순경이 포진해 있으면, 반대편 차선에서 이를 알려주기 위한 용도로 전조등을 점멸하거나 앞차가 비상등을 점멸하는등으로 사용되곤 했다.)
3. 3의 법칙
예전(스크린도어가 설치되기 전) 지하철역에서 한 (취중으로 보이는)할아버지가 선로로 진입하는 지하철과 역 사이 틈에 빠지는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한 사람이 이 할아버지를 빼 내려 했지만 끼어서 빠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 지하철을 살짝 밀어보자고 제안하며 홀로 지하철을 밀었다. 한량 정도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 밀면 이 할아버지를 빼낼 만큼은 충분히 기울지 않을까 해서였을테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러자 또 다른 한 사람이 같이 한번 밀어보자며 거든다. 그때까지도 역에서 이 사고를 목격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저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이 거들며 나섰다. 그러자 그제서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한 순간의 사고는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으나 그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세사람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3의 법칙은 도로교통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지선 지켜 선 차가 한 두대면 운전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정지선을 무시하게 되나, 3대 이상이 될때면 무의식 중에 자신도 정지선을 지켜 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교차로에서 꼬리물기시에도 잘 드러난다고 한다.
즉, 나 하나 바뀐다고 우리나라 교통문화 전체가 바뀌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교통문화가 바뀌기 위해서는 이러한 안전의식을 가진 사람이 나를 비롯해서 단 3명만 있다면 분명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있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도 점점 발전해 나가고 있는게 아닐까?3
오늘 교육을 통해 안전의식에 대해 또 다른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사실 교육 내용을 짧은 글로 정리해보면 뻔한 지식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강의에서 강사는 이러한 뻔한 지식을 호소력 있게 우리에게 전달했다고 본다. 다만, 이날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 중에 이러한 호소력이 얼마만큼 의식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무의식을 통제하며 안전운전을 실천하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건 형식적인 교육으로 6시간을 때우고 나온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의식적인 통제를 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무의식의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올바른 의식을 통해 무의식을 통제하는 것이란걸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나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것 또한 이러한 무의식적 편향을 통제 하기 위한 훈련의 연장선으로 해석되어 질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좀 잘 안지켜지고 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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