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riend

생각을 정리해 보며.. | 2010/08/21 14:52
Posted by 말 없는 수다쟁이 우드너

예전 캐스커 앨범을 샀을때 딸려온것이 있었다. 노란색의 실리콘 재질의 링인데 찬찬히 들여다 보니 팔찌라는걸 알았다. 팔에 차 보니 무난하니 나쁘지 않아서 늘 그 팔찌를 하고 다녔다. 이 팔찌를 왜 끼워줬을까? 그리고 그 팔찌에 새겨진 B*FRIEND라는게 무슨 의밀까? 고민도 잠시... 그렇게 몇달이 흘렀다.

어느날 문뜩 심심했는지 문뜩  이 팔찌가 떠올라 인터넷으로 이 "B*FRIEND"라는걸 검색해 봤다. B*FRIEND 홈페이지로 보이는 사이트를 발견하긴 했는데... 캐스커와 관련된 사이트는 분명 아닌듯 했다. 그러나 이 팔찌의 의미를 알아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캐스커의 앨범을 구매하게 되면 그 판매금의 일부가 이곳에 기부되어 결식아동을 돕는데 쓰여진다고 한다. (사실 이런 기획이 캐스커나 그들의 기획사에서 한 것인지, 아니면 음반 유통처에서 한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팔찌를 손목에 걸고 다녔다. 정작 그 팔찌를 차고 다녔던 당사자도 몰랐는데, 다른 사람인들 내가 차고 있는 팔찌를 보며 뭘 느꼈을까? (워~ 저 팔찌 구리다~???) 왠지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대게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그들은 결식 아동을 돕자며 사회적 활동의 일환으로 이런 기획을 했을텐데... 그리고 분명 이 팔찌가 들어있던 비닐에 B*FRIEND에 대한 설명이 있었을 텐데... 난 세속적인 물건에만 관심 가졌고, 그래서 이 팔찌가 가진 의미를 찾는 노력은 주저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나중에 나 스스로 이 팔찌를 사서 차고 다녀야지 다짐했건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서야 그 팔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마누라한테 조르고 졸라 선물이라는 명분으로 거의 강탈해 냈다. 내가 이번에 산 이 팔찌로 혜택을 받게될 아이가 과연 있기나 할까? 고작 팔지 4셋트(한 셋트에 2개의 팔찌가 들어있다.) 2만원 정돈데, 제작비, 배송비 그리고 재단 운영비를 비롯해서 이래 저래 빼고 나면 과연 실제로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어느정도일까? 팔찌 하나가 아이 한명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돈을 환산한다면 얼마정도일까? 이것 저것 궁금해지기도 한다.


난 아이들을 딱히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하는 그런 감성적인 의식은 없다. 가만 생각해 보면 과거 천진난만한 아이나 해맑게 웃는 애기들을 보며 항상 행복해 하는 척! 한듯 하다. 솔찍히 말해서... 그 상황에서 그 애기나 아이들을 바라보며 함께 즐거워 해야만 할것 같은... 그래야만 내가 선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인식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다분히 의식적인 행위로 그러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관심을 가지는 사회문제 중에서 유일하게 행동하는 부분이 바로 아이들과 관련된 부분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안그래도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인데, 그 중에서도 일반적인 또래들에 비해 훨씬 더 약자에 속하는 아이들... 어른들도 견뎌내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 이들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 유년기 시절엔 뭔가 영화같은 화끈한 사건따윈 없었지만, 내가 태어나서 사춘기를 겪으며 성인이 되어가기까지 내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그러나 아주 끈질기게 끝까지 따라다니며 나를 중독시킨 그 무언가가 분명 존재했다. 아마 외로움이겠지. 이 외로움은 단순한 사전적 의미의 외로움이라기 보단, 나의 공허한 가슴에 따뜻한 사랑을 채워넣지 못해서 느끼는 그런 외로움.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느라 바쁘셨고, 친척들과도 흔히 이야기 하는 가족애 같은 돈독함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이 많은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늘 어울려 놀 친구들은 있었다. 그러나 친구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그 공허함은 항상 나를 내 안으로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부모님의 올곧은 사고를 되물려 받아서인지 크게 빗나간 생활을 하진 않았다. 아니 차마 그런 생활에 뛰어들 자신도 없었을 뿐더러, 나 스스로 그것을 허락할 수도 없었던 것일테다. 돌이켜 보면 그럴 기회와 유혹은 참 많았던것 같긴 하다. 결국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그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을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 곁에서 망설였던것 같긴 하다. 덕분에 내게 영화같은 화끈한 사건따윈 없었던 것일테다.

나는 유소년 시절의 매우 평범했지만 늘 따라다녔던 그 외로움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사이에서 씨앗이 되어 뿌려지고 있었고, 성인이 되어가면서는 점점 무의식의 영역으로 깊게 뿌리내렸던 거다. 그리고 지금은 그 씨앗이 자라 의식의 영역에 가지를 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좀 더 내가 나이가 들고 성숙하게 되면 그 가지에서 분명 열매가 맺힐텐데, 어떤 열매일지 참 궁금하다.

사람들은 팔다리가 부러지는 큰 외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람이 아닌 (휴대폰이나 차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비롯해서 재화적 가치를 지닌)물건 따위가 조금만 손상되어도 엄청 걱정해준다. (걱정해주는 척 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과 같은 속앓이나 가난의 굴레에서 기회마저 빼앗기고 있는 이들에게는 잔인하리 만큼 냉소적이다. 당장 어떻게 되는거는 아니니까?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적자생존의 법칙도 좋고, 강한자만 살아남던, 살아남은 자가 강한자이건 다 좋다. 성인이 되었다면 얼마든지 다 받아주자. 그게 어쩜 자연의 섭리일런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굳이 아이들에게 까지 꼭 적자생존의 법칙을 적용해야만 하는 것일까? 함께 나누지는 못하더라도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기회마저 좀더 풍족해지려는 이들(스스로는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에게 빼앗기는게 과연 떳떳하고 정당한 것일까? 그게 과연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인것일까?

지극히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 사람의 그 시절들에 귀 기울여 보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별것 아니라고 여기며 드러내지 않았던 아픔이나 외로움, 슬픔들을 간직하고 살아오고 있을테다. 그리고 설령 그런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해도 세상은 "배가 불렀구나! 그정도는 내게 비하면 별것도 아냐!" 라며 그의 고백을 무참히 보잘것 없는 소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면 세상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이들 앞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내가 보아온 모습은 단순히 그들을 무능력하고 남에게 의존만 하려는 사람으로 취급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지내온것 같은 내 어린시절,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 시절은 참 많이도 힘들었 했었는데, 어려운 환경속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의 오늘은 얼마나 더 큰 어려움 속에서 지내고 있을까?

이렇게 접근하는건 세상물정 모르는 너무 순진한 발상인가? 지금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내 자신이 챙겨먹어야 힘든 사람들이 눈에 들어올까? 어려운 이들과 내가 함께 나누며 성장한다는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고, 그렇게까지 손해보는 장사이며,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짓일까?

이처럼 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에 아쉬움이 참 많았던것 같다. 난 오늘의 아이들에게 나의 어린시절을 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려... 외면 하려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그 어떤 좋고 나쁘고 따위의 감정마저 버리게 되었고, 결혼 8년차에 아이에 대한 욕구나 본능 또한 사라져 버린건지 모르겠다. (우와~ 이렇게 쓰고 보니 나 정말 안되 보인다...) 하지만 그 시절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나로 하여금 오늘의 아이들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힘(내가 그 시절에 필요로 했던것들)이 되어주고 싶어하는 것이겠지. 

어제 포스팅한 "우리 시대의 역설"에서와 같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와 졌지만, 분명 사회적 유대는 매우 계산적인 방향으로 강해져 버린듯 하다. 그래서 최근 SNS에 대한 고민도 깊었던게 아닌가 싶다. 아이폰을 들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스포츠카를 몰고 대학로 클럽에 들려 몸 좀 풀어주고... 다 좋다. 주말에 교회나가 그 주에 저지른 죄를 씻고, 담주에 저지를 죄를 계획하고, 나를 위해 기도하고, 경쟁상대를 위해 저주하고... 다 좋다. 다 좋은데 그 사이에 아주 잠~깐! 한 순간만이라도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아이폰 가격보다, 한달에 마셔대는 스타벅스 커피와 술값 보다, 한달에 피워대는 담배값 보다, 한달에 드는 자동차 유지비 보다... 그 보다 훨씬 적은 돈과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어려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




B*FRIEND

[출처:B*FRIEND]


B*FRIEND 캠페인은 사랑의전화복지재단에서 행하는 사회공헌할동의 일환으로 국내 결식아동뿐만 아니라 남아공의 빈곤, 결식아동을 돕는 나눔 캠페인이다. 또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지원 및 정서발달을 돕고 있으며, 결식 아동을 위해 월요일에서 금요일엔 사랑의 도시락을 전달해주고 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은 직접 후원금을 전달할 수도 있고, 팔찌를 구매하여 착용하고 다니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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